개띠’같은 한해되길⋯

몇일 후면 설날이다. 올해는 개띠(丙戌年)의 해라고 했던가. 음력 설날을 기점으로 한다면 개띠의 운세는 이제부터 진짜로 시작된다. 사실 개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살아왔다. 조선초기부터 서울의 명물중의 하나로 꼽힌 것이 바로 개들이었다. ‘외국인이 본 조선 외교비화에도 “서울거리에 개가 퍽 많은 것이, 거의 모든 가정에서 길렀는데 병든 개가 많아서 질색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것을 보면 개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듯하다. 요즘은 애완견 보험이나 전문병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개에 대한 대우가 한 가족처럼 달라졌지만...옛부터 내려오는 속담을 찾아보면 우리가 개를 구박하고 비하해온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등이 그 대표적인 빗댄말들이다.

뛰어난 장점 많아

그러나 이같은 속담과는 달리 실제로 개는 뛰어난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충직하고 헌신적이다. 문헌 ․ 고분벽화 ․ 설화 등에서 개의 모습은 대부분 충성과 의리의 충복, 심부름꾼, 안내자, 지킴이, 조상의 환생, 인간의 동반자 등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전래 설화나 민화 등에서 개는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재앙을 물리치는 능력을 갖고있는 동물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충견(忠犬)의 토종개가 여럿 있다.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된 ‘진도개’(원산지는 전남 진도군)와 액운을 쫓는 개로 알려진 ‘삽살개’(천년기념물 368호, 원산지 경북 경산시)를 들 수 있다. 이밖에도 댕견(경북 경주), 제주개(제주), 불개(경북 영주시), 풍산개(함경남도 풍산군)등도 명견으로 속한다.

이들 토종개들은 특이성도 강해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어느 진도개는 혼자 살던 주인이 죽자 사흘을 굶으며 주인의 시신을 지켰는가 하면, 호랑이를 잡는 개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국초 태종이 한양재천도를 위해 서울을 둘러보던중 피곤을 이기지 못해 궁전에서 낮잠을 자다가 진도개 짓는 소리가 요란해 잠을 깨고 바라보니 호랑이가 쏜살같이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다. 또 요즘 독도를 지키고 있는 삽살개도 충견(忠犬)으로 꼽히고 있으며 제주개는 온순하면서도 행동이 민첩하고 청각, 후각, 시각이 뛰어나 사냥개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개는 주인을 섬기는데 무척 충직하다고나 할까. 특히 진도개는 팔각형 얼굴에 눈이 붉고 목이 굵어 다부진 외모를 자랑한다. 매우 예민하고 용맹스러워 집도 잘 지키지만 사냥에도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주인이 주는 먹거리 음식외에는 남이 주는것은 일체 받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역술가들은 개띠로 태어난 사람들을 내성적인 성격에 품위 있고 성실하며 정직한 풍성을 갖고 있다고 풀이한다. 헌신적이고 강인하고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비평가 ․ 성직자 ․ 판사 ․ 탐정 ․ 정치가 ․ 경영자 ․ 학자 등이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바른길 향해 짖어라

우리는 흔히 설날 전후에는 한해 운수를 점치는 세시풍속이 400여년이상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언저리에는 토정비결이 크게 사랑받고 있다. 토정비결은 마포에 움막을 짓고 살았던 토정(土亭) 이지암 선생의 작품으로, 새해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책 속으로 끌어드린다.

믿거나 말거나, 여기에 등장하는 올해의 운수풀이를 보면, ‘서로간에 이해심이 생기고 남을 위할 줄 알게 되니 우리의 시야가 크게 넓어지는 해’라고 나와있다. 그러니 설날을 기점으로 올 한해는 그 어느해보다 꿈과 희망이 영글어가는 건강한 공동체가 될 것이 틀림없을 것같다.

어쨋거나 범도 무서워 하지 않는 견공(犬公)의 용맹성과 충직함이 발휘되는 한해를 기원한다. 백번 양보해서 최소한 ‘개판치는 한해가 되지 않도록’ 견공들이 바른길을 향해 계속 짖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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