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의 자세

기쁨으로 맞이한 새해의 하루하루가 몹시 번거롭다. 우리나라 4자성어에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지방공무원들의 자세는 얼마나 변했을까? 고(苦)는 감(甘)을 위한 필수관문이다. 오늘까지 공무원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 왔다.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개발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무원들이 개혁의 주역이 아닌가?

보신주의 없어져야

정보화시대에는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직무가 지니는 의미를 전체 흐름속에서 올바로 인식하고, 다른 직무와의 정보교류 등으로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때 일에 대한 보람이 커지고 일에 더 한층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공직사회에도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바람직한 움직임들이 일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되돌아 보면, 지방공직사회도 이제는 민원인을 퉁명스럽게 대해 쩔쩔매게 만드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무원의 친절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소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친절이 공직문화의 변화를 가름하는 척도라고 본다면, 공직사회는 저변부터 바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 같이 대민창구의 친절도가 보다 높아지고 주민들과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조직풍토가 쇄신되고, 보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부드러운 직장 분위기가 형성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공직사회에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있다는 것은 공무원이 근본부터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공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이미 적잖은 변화가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생활은 희생되어도 좋다고까지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공무원도 하나의 생활인・직장인이라는 인식으로 크게 진화되고 있다. 공직의 특성상 국민의 봉사자로서 많은 책무가 부과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사생활 침해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잡음이 많은 사회에 살고있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가 부쩍 술렁이고 있다. 구청장도 구의원도 새로 뽑아야 하는 5월 선거를 앞두고 입후보 지망생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보신주의(保身主義)의 잔재다. 보신하려는 사람은 매사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선거철마다 생기는 일이지만 “누가 되면 나에게 유리하고, 누가 되면 나에게 불리하다”는 이해득실을 따져 몸을 세우거나 몸을 낮추는 경향을 보여왔다. 심지어 개혁사정이 강력히 추진되면 과거에 조금이라도 비리에 연루된 적이 있는 공무원은 전전긍긍하였고, 평소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일을 많이 하면 그만큼 허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급적 일을 벌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보였었다.

어쨋거나 보신주의는 무사안일과 직결된다. 공무원이 국가에 ‘헌신’하기보다는 일신의 ‘보신’에 연연한다면 구민으로부터 비난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시기엔 공직자들에겐 부정부폐와 복지부동이 숨여드는 시기다. 특히 정당들은 갈수록 선거에 올인할 것이고 합법을 가장한 불법도 판을 칠 것이다. 또 앞으로 2년동안 대선정국의 격변도 계속 벌어질 것이다.

정치에는 신경꺼라

미래를 위해서는 오늘의 준비가 필요하다.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고, 바꿀 것은 바꾸어야 한다. 공무원의 긍지와 명예를 깎아내리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내일의 영광을 안겨 주려는 것이다. 지방행정은 이제 중앙정부의 하청행정 또는 말단행정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최일선에서 부딪치는 첨단행정이다. 이럴때일수록 공무원의 자세가 균형을 잃어가서는 안될 것이다. 내일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도 지나치게 정치에 신경쓰지 말고 자기가 해야할 일을 부진런히 발굴해 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작은 일이라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라면 그 보람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어떤 환경이든 굳굳히 지방자치의 생산성을 높여나갈 때 그 지역구민들의 살림살이는 몰라보게 신장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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