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2동 김부자할머니 옆집 노인 매일수발

동네 일일찻집때는 호박죽 5~600인분 끓여

제2의 인생 작은 것도 나눔통해 행복찿아

팔순할머니가 파킨스시병을 앓고 있는 이웃집 노인을 위해 매일 수발을 들고있어 훈훈한 미담사례가 되고있다.

망원2동에 사는 김부자할머니(80)는 오후 5시만되면 누군가를 위해 마중을 나가신다. 오후 5시는 바로 옆집에 사는 김아무개할머니(84)를 실은 마포요양병원 셔틀버스가 오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부자할머니는 무슨일이 있어도 마중을 나갔다가 거동을 못하시는 김아무개할머니를 부축해 집에까지 안전하게 모시고 간다. 김아무개할머니에게는 따님(57세)이 한분 계시지만 식당일로 바빠서 오후 시간대에는 친정어머니를 모실겨를이 없다고 한다. 때문에 김부자할머니는 식당 일로 바쁜 딸을 대신해 수시로 김아무개할머니를 위해 호박죽도 끓여드리고 거동을 못하시는 김아무개할머니의 수발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부자할머니는 지금까지 2~3년을 김아무개할머니의 수발을 자청하고 있다.

김부자할머니는 “누가 시킨다고 하겠어요. 따님이 너무 착하고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줄수있다는 것이 행복할뿐이예요”라며 겸손해하신다.

김부자할머니의 손가방 안엔 항상 쵸코릿과 외제 사탕이 들어있다. 김할머니는 누구든 지인들을 만나면 사탕을 나눠준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올때도 사탕을 놓고간다. 김할머니는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주는 게 습관이 돼버렸다.

사실 김부자할머니는 수십년간 새마을부녀회에서 봉사활동을 한터라 망원2동에서는 알만한사람은 다알고있다. 본디 성격이 착하시고 누구에게나 베푸는 성격인지라 다들 어머니처럼 따르고 있다고한다. 무엇보다 고령이지만 젊은사람 못지않게 솔선수범해 부녀회에서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이다. 매년 일일찻집을 열때면 손수 호박죽을 500~600인분을 끓여 내고 있다. 망원2동 일일찻집에 참가해본 사람들은 김부자할머니가 끓인 호박죽 맛을 오랫동안 잊지못한다. 그만큼 김부자할머니가 끓인 호박죽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수 없는 명품이기 때문이다. 김할머니는 망원2동의 부녀회의 산 역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3~4년 전까지만해도 동네 독거노인들에 도시락 배달을 했는데 이때도 김할머니는 음식솜씨를 발휘하기도했다.

김할머니는 “우리동네 많은분들이 제가 끓인 호박죽을 맛있게 드셔 주시니 즐거운 마음으로 호박죽을 만들지요. 동직원들도 노래교실회원들도 단전호흡 참가자들도 가끔씩 호박죽을 끓여 드리고 있는데 다들 맛있다고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제가 할수있을때까지는 일을 놓지 않을 생각이예요”라며 오히려 감사해한다.

지난 59년 전남 함평에서 서울(신촌)로 시집을 온 이후 망원2동에서만 36년째 살고계신다는 김할머니는 공무원이였던 남편(84세)과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베플면서 살고있다. 남동생 2명이 모두 교장 출신인데 동생들이 누님 드시라며 질좋은 김이라도 보내오면 이웃에게 모두 나눠줘야만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이런 김할머니에게도 시련도 있었다. 11년전 췌장암 선고를 받고 수술대에 오를때만해도 모든게 암담하기만 했다. “남편은 딱 5년만 더 살아달라고 애원 했어요. 그러면서 칠순잔치를 서교호텔에서 성대하게 열어주더라구요. 췌장을 떼어내고 11년을 더 살았으니 나머지 인생은 덤이 아니겠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사탕 주는게 너무 좋고, 주위 사람들이 행복해하면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김할머니가 생존률이 가장 낮다는 췌장암을 이겨 낼수 있었던 것은 아마 남들에게 베플고 봉사하며 감사할 줄아는 천사같은 마음이 베어있어서가 아닐듯 싶다.(김경숙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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